[책소개]
『수동적 종합』은 현대철학의 거두 후설(Edmund Husserl, 1859~1938)이 선험적 현상학을 추구해간 길목에서 던진 철학적 문제들의 위상과 의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책이다. 후설이 주창한 선험적 현상학은 그의 생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으나 그만큼 많은 오해도 샀다. 대표적으로 선험적 현상학을 ‘객관적 실재론 대(對) 주관적 관념론’ ‘정적 현상학(분석) 대 발생적 현상학(분석)’ ‘감성(pathos) 대 이성(logos)' 등의 이분법적 틀로 이해하는 것이다. 『수동적 종합』은 이러한 오해를 모두 풀고 선험적 현상학의 진면목을 드러냄으로써 매우 중요한 후설의 저서로 평가받는다. 국내에 소개된 후설의 주저 대부분을 번역한 이종훈(춘천교육대학교 교수)이 옮겼으며 국내 초역이다.
[출판사 서평]
철학자로 살아왔고 철학자로 죽고 싶다!”
선험적 현상학의 외길 인생을 산 후설
후설. 그는 “죽는 날까지, ‘철학자로 살아왔고 철학자로 죽고 싶다’는 유언 그대로, 스스로 길을 묻고 개척해가며 잠시도 안주하지 않는 진지한 초심자의 자세로 끊임없이 자기비판을 수행한 ‘철학자’였다.”
후설은 ‘심심한’ 삶을 산 인물이다. 사생활에서나 학계에서나 대학자라면 으레 따라붙을 스캔들 하나 없이 생을 마감했다. 그는 “죽는 날까지, ‘철학자로 살아왔고 철학자로 죽고 싶다’는 유언 그대로, 스스로 길을 묻고 개척해가며 잠시도 안주하지 않는 진지한 초심자의 자세로 끊임없이 자기비판을 수행한 ‘철학자’였다.”
그렇다면 후설이 죽기 직전까지 병상에 누워 골몰한 ‘철학’은 무엇인가. 바로 후설현상학이라고도 불리는 선험적 현상학이다. 후설은 선험적 현상학의 길에서 한평생 벗어난 적이 없는데, 그가 남긴 유고만 해도 직접 속기로 작성한 8절지 크기의 원고 4만여 매, 제자들이 타자로 정리한 원고 1만여 매다. 이 외에도 수천 권의 책에 연필로 빼곡히 주를 썼다.
이처럼 방대한 자료는 그 자체로 후설의 학자적 성실함을 대변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선험적 현상학의 진면모를 밝히는 일이 그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이었는지 알게 해준다. 실제로 선험적 현상학은 후설 생전부터 끊임없이 오해에 시달렸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후설 본인이 워낙 저술 작업에 심혈을 기울이다 보니 같은 주제의 책들이 연달아 출간되지 못하고 몇 년, 심하면 10년 이상의 차이를 두고 세상에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후설은 1900년 『논리연구』 제1권과 1901년 『논리연구』 제2권을 출간한 후 1913년 『이념들』 제1권을 출간하기까지 10여 년간 어떠한 연구성과도 발표하지 않는다. 당시 학계는 자연과학의 객관성을 만능이라 보는 실증주의와 주관적 경험에 매달리는 심리학주의가 만연했는데 후설은 이런 객관과 주관의 이분법적 구분 자체를 의문시한다. 이 과정에서 『논리연구』를 통해 인간의 의식은 항상 ‘무엇에 대한 의식’으로서, 대상과의 관계 속에서만 가능하다는 취지의 ‘지향성’ 개념을 내놓는다. ‘주관-객관-상관관계’의 틀을 마련한 것이다. 이후 10여 년 뒤 『이념들』을 통해 인간이 ‘지향성’의 토대 위에서 주어진 사태를 인식하는 구조를 규명한다. 이것이 바로 선험적 현상학 특유의 ‘판단...철학자로 살아왔고 철학자로 죽고 싶다!”
선험적 현상학의 외길 인생을 산 후설
후설. 그는 “죽는 날까지, ‘철학자로 살아왔고 철학자로 죽고 싶다’는 유언 그대로, 스스로 길을 묻고 개척해가며 잠시도 안주하지 않는 진지한 초심자의 자세로 끊임없이 자기비판을 수행한 ‘철학자’였다.”
후설은 ‘심심한’ 삶을 산 인물이다. 사생활에서나 학계에서나 대학자라면 으레 따라붙을 스캔들 하나 없이 생을 마감했다. 그는 “죽는 날까지, ‘철학자로 살아왔고 철학자로 죽고 싶다’는 유언 그대로, 스스로 길을 묻고 개척해가며 잠시도 안주하지 않는 진지한 초심자의 자세로 끊임없이 자기비판을 수행한 ‘철학자’였다.”
그렇다면 후설이 죽기 직전까지 병상에 누워 골몰한 ‘철학’은 무엇인가. 바로 후설현상학이라고도 불리는 선험적 현상학이다. 후설은 선험적 현상학의 길에서 한평생 벗어난 적이 없는데, 그가 남긴 유고만 해도 직접 속기로 작성한 8절지 크기의 원고 4만여 매, 제자들이 타자로 정리한 원고 1만여 매다. 이 외에도 수천 권의 책에 연필로 빼곡히 주를 썼다.
이처럼 방대한 자료는 그 자체로 후설의 학자적 성실함을 대변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선험적 현상학의 진면모를 밝히는 일이 그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이었는지 알게 해준다. 실제로 선험적 현상학은 후설 생전부터 끊임없이 오해에 시달렸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후설 본인이 워낙 저술 작업에 심혈을 기울이다 보니 같은 주제의 책들이 연달아 출간되지 못하고 몇 년, 심하면 10년 이상의 차이를 두고 세상에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후설은 1900년 『논리연구』 제1권과 1901년 『논리연구』 제2권을 출간한 후 1913년 『이념들』 제1권을 출간하기까지 10여 년간 어떠한 연구성과도 발표하지 않는다. 당시 학계는 자연과학의 객관성을 만능이라 보는 실증주의와 주관적 경험에 매달리는 심리학주의가 만연했는데 후설은 이런 객관과 주관의 이분법적 구분 자체를 의문시한다. 이 과정에서 『논리연구』를 통해 인간의 의식은 항상 ‘무엇에 대한 의식’으로서, 대상과의 관계 속에서만 가능하다는 취지의 ‘지향성’ 개념을 내놓는다. ‘주관-객관-상관관계’의 틀을 마련한 것이다. 이후 10여 년 뒤 『이념들』을 통해 인간이 ‘지향성’의 토대 위에서 주어진 사태를 인식하는 구조를 규명한다. 이것이 바로 선험적 현상학 특유의 ‘판단중지’, ‘환원’ 등의 방법론이다.
이처럼 『논리연구』와 『이념들』은 10여 년의 시간의 뛰어넘어 선험적 현상학의 일정한 흐름을 구성하는 작품들이지만 워낙 시간차가 있다 보니 여러 오해가 생겼다. 심리학주의를 비판한 『논리연구』 제1권이 나왔을 때 후설은 ‘객관주의자’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1년 뒤 다양한 의식 체험을 분석한 『논리연구』 제2권이 나오자 ‘주관적 관념론’, ‘심리학주의로 후퇴’라고 비판받았다. 『이념들』도 제1권은 1913년에, 제2권은 후설 사후인 1952년에 『후설전집』의 일부로 출간됐다. 그렇다 보니 제1권은 ‘선험적 관념론’, 제2권은 ‘경험적 실재론’ 등 마치 서로 다른 시기에 작성된 서로 다른 주제의 책으로 오해받았다. 후설은 이러한 평가를 바로잡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는데, 『수동적 종합』은 선험적 현상학의 진면모를 밝히며 여러 오해를 불식시킨 대표적인 책이다.
선험적 현상학의 진면모를 밝힌 『수동적 종합』,
10여 년간의 침묵이 불러온 오해를 풀어내다
『수동적 종합』은 후설이 프라이부르크대학교에서 1920~21년 ‘논리학’, 1923년 ‘선별한 현상학의 문제’, 1925~26년 ‘논리학의 근본문제’라는 제목으로 세 번 강의한 것을 엮었다. 첫 번째 강의는 그가 1918년 겨울학기를 마치고 그다음 해 4월 말까지 베르나우에서 휴가를 보내며 시간의식에 관한 자료를 검토하고, 지각·기억·상상·판단 등에 관한 연구를 심화시켜 『논리연구』 제1권에서 다룬 순수 논리학의 이념과 『이념들』 제1권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현상학적 철학의 이념을 더욱 치밀하게 추구하기 위한 토대를 왕성하게 마련하면서 자연스레 준비되었다.
1976년 NASA의 바이킹 1호가 화성의 지표면에서 촬영한 사진. 중간의 바위가 마치 사람 얼굴 같다. 하지만 이것은 ‘참된 인식’이 아니다. 후성른 감각자료를 최종적이고 근원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경계하고 대신 경험이 수용되고 파악되는 구조 자체를 문제 삼았다. 이것이 바로 ‘사태 그 자체’를 파악하는 ‘판단중지’다.
이 세 강의는 선험적 현상학의 핵심을 다루는데, 바로 ‘참된 인식’이다. 후설은 우리가 참된 인식에 도달하려면, 즉 ‘세계 속에 있는 존재자’를 파악하려면 판단의 대상이 언어로 규정되기 이전에 직접 지각되는 내용인 ‘사태 그 자체’를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모든 경험의 대상은 감각자료와 같이 단편적으로 고립된 것이 아니라, 친숙한 유형으로 미리 알려진 것의 지향적 지평구조 속에 총체적으로 주어진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우리는 종종 오류를 범하는데, 흔히 일상적으로 겪는 경험은 매우 단순하고 이미 잘 알려져 있다고 간주하기 때문에, 마치 감각자료가 그 자체로 직접 주어지는 것처럼, 최종적이고도 근원적이라고 판단해버리고 만다. 따라서 후설은 『수동적 종합』에서 경험 자체를 문제 삼아 그것이 수용되고 파악되는 지각의 보편적 구조를 분석한다. 지각이 수용되는 보편적 구조와 대상화되어 해석되는 단계들을 체계적으로 해명함으로써 선험적 현상학의 진면모를 밝혀내는 것이다.
이처럼 『수동적 종합』은 후설이 선험적 현상학의 이념을 줄곧 추구해간 길목에서 던진 문제들의 위상과 의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책이다. 국내 초역인 만큼 많은 독자가 『수동적 종합』을 통해 선험적 현상학의 진수와 만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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